미국 의료시스템 알아보기 (1): PBM(PHARMACY BENEFIT MANAGEMENT)

오래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주제이다. 국가의료보험제도로 심플하게 운영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stakeholder가 너무 많고 그래서 복잡하다. 지난 봄 학기때 PHCS(Pharmacy and Healthcare System)이라는 과목이 있었는데, 나같은 외국인 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에게도 의료보험제도는 접근하기에(이해하기에) 여전히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스스로 공부도 할 겸, 이와 관련된 소주제에 대해 포스팅을 해보기로 했다. 다만 이제 겨우 파악해가는 단계이므로(내가 이 곳에 쓰는 정보가 모두 정확하다고 할 수 없으니) 물론 그 이후 추가로 알아가는 정보는 업데이트 할 예정이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미리 인지를 해주었으면 한다. 적지만 소중한 내 블로그 독자들에게 미리 당부드리는 말씀^^!!


 

첫 번째 주제는 Pharmacy Benefit Management(PBM)이다. 지난 학기 PHCS 수업 때 들은 이후, 굉장히 관심갔던 분야이다. 한국에는 없는 생소한 분야일 뿐 아니라, 이 분야가 가지는 특유의 역동성과 다양성 때문이다. PBM은 단어 그대로 ‘약과 관련된 베네핏을 관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약국, 보험회사 및 제약회사에서 다루는 처방약 관련 비용을 최적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환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줄이고 그로 인해 질환 관리에 대한 ‘quality’를 향상시키고자 함이다. 이를 위해, PBM을 하는 회사(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일들을 한다.

  • 약국과 계약을 맺고, 각 처방약에 관한 reimbursement/rebate 정도와 조제료를 산정해서 제공함–> 약국에서 다루는 처방약의 볼륨에 따라서 세부 패키지는 달라짐.
  • 제약회사(manufacturer)와 계약을 맺고, 자사 제품을 어떤 가격에 제공할지 협상을 하고, 제약회사는 PBM을 통해, 궁극적으로 약국에서 자사 제품이 ‘preferred formulary’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함.–> formulary는 우리말로 ‘권장 처방’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
  •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약국에서 처방되는 약에 대해 reimbursement/rebate 의 정도를 정함.

한 마디로, PBM은 미국 의료시스템의 “middle man” 역할을 함으로써, 각 stakeholder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그 수수료를 받으며 이익을 창출한다. 앞서 말한, 처방약 관련 비용을 ‘최적화’한다는 것은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 어느 한쪽이 아닌, 균형잡힌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최종 소비자인 환자들이 부담해야 할 co-payment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현실적으로는 참 어려운 문제다. 가령, 고혈압제제의 경우 약리기전에 따라 여러가지 클래스들로 나뉘고, 그 클래스 안에는 또 브랜드별로 아주 다양한 약들이 있다. PBM 입장에서는 질환별로 처방되는 약이 심플해질수록(처방량을 한 곳으로 몰수록)  그 볼륨이 커지기 때문에 약국, 제약회사, 보험회사 등과 협상을 하기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실제 그 약을 처방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그리 심플할 수가 있는가. 고혈압이 생기는 원인에 따라 다른 약리기전을 가진 약이 필요하고, 설사 같은 클래스의 약이라 하더라도 브랜드별로 효과와 부작용이 다를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환자들마다 최적화된 약이 다를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PBM은 의료진의 처방 패턴을 분석하고, 의료진을 교육하고(궁극적으로 환자의 이익을 위해 어떠한 약을 처방하는 것이 의료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 또한 더 많은 약국과 계약을 맺고 네트워크를 만들어 전체 처방약 볼륨을 늘리고, DUR(drug utilization review)을 통해 어쨌든지 처방약 관련 비용을 줄이고자 애쓴다. 그 외에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다양하게 진행되는데 그 중 재밌는 것이 ‘mail order pharmacy’이다. 난 처음에 이게 대체 뭔가 했다. 약을 우NCPA-Mail편배달로 받다니… 정말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거 아닌가. 미국에서 이게 가능했던 것도 결국 비용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처방전이 refill이 가능한데(의사의 판단 하에, 보통 만성질환의 경우, 처방전 한번으로 여러번 약을 받아갈 수 있다. 의사를 방문할 때마다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 역시도 의료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방법일 것이다) 이 경우 매번 약국을 방문할 필요도 없이 인터넷 주문을 통해 약을 집으로 배달시킬 수 있는 것이다. 주로 90일 장기 처방의 만성질환 처방약이 이에 해당되며, 옆의 만화에서 볼 수 있듯이, 안전성, 안정성 등에 대한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의 이점 때문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 하나 PBM의 놀라운 역할 중 하나는, formulary를 만드는 것이다. 특정 질환이나 상태에 대해 선호되는 처방약 리스트인데, 효과와 비용을 모두 만족시키는 약제를 위주로 짜게 되며, 이는 의료진의 무수한 처방 데이터 분석과 자문 그리고 사회경제적 비용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다소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사회전체적으로 의료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그들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판단 하에 고비용/희귀 약제를 계속 처방하는 경우에는 PBM이 counter-detailing을 하기도 한다니..실로 PBM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Pharmacy benefit manager를 하는 약사들에 의하면, 전형적인 약사의 역할에서 벗어나 다양한 stakeholder들과 상호작용하며 협상하고 궁극적으로 전체 의료비용을 낮춤으로써 그 이익이 환자에게 돌아가게 하는 보람과 사명감으로 일할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한 가지 단점으로 꼽는 거는, 환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이 부족하다는 점. 하지만 의료진의 처방자료를 분석하고, 그들을 교육시키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가격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전문지식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이상적으로는 이pbm-iron-curtain러한데,,,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있을 수 밖에! PHCS 수업 때 PBM 약사를 직접 초청해서 강의를 들었는데, PBM의 주 목적이 다양한 협상을 통해 처방약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것인데, 정작 이렇게 줄어든 비용이 환자의 이득으로 연결되기 보다는 PBM 회사의 배만 불리는 일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개인이 운영하는 약국(independent pharmacy)의 경우 아무래도 취급하는 처방약 볼륨이 corporate pharmacy에 비해 적기 때문에, PBM과의 계약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고.. PBM과 약국간의 계약의 세부사항은 천차만별인데, 최악의 경우, 약국에게 조제료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 악덕계약이 맺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의료 시스템 내에서 middle man의 ‘양날의 검’같은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